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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전 30km밖 벚꽃길 ‘방사능 40배’…구경나온 시민들 엄습

지와이원 2011. 4. 26. 17:14
 
원전 30km밖 벚꽃길 ‘방사능 40배’…구경나온 시민들 엄습
60km밖 학교도 피폭위험…후쿠시마 안전지대 없어
대피소 피난민들 무기력증
“일 정부 30km밖 오염 방치…피폭한도만 20배 높이려해”
한겨레
»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20㎞가량 떨어진 지점의 논 근처에서 한일 시민조사단이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 보니 20.96마이크로시버트(μSv)를 나타냈다. 연간 피폭선량의 200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곳에선 앞으로 오랫동안 경작이 불가능한 상태다. 길가엔 원전 사업을 지지해 온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선거홍보물이 세워져 있었다.
한-일 시민조사단,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가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등 국내 시민단체 활동가 3명과 무라야마 다케히코 와세다대 교수(사회공학) 등 일본의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한·일 시민조사단은 지난 13~18일, 지진으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방문해 공동 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은 일본 정부가 피난지역으로 설정한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안과 밖에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대피소를 방문해 시민들을 면담했다. 조사단이 찾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선 지진과 해일(쓰나미)의 상흔은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지만, 방사능 피폭 위험은 여전히 시민들 가까이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번 조사단을 이끈 최 소장이 현장 조사를 마치고 <한겨레>에 보내온 글을 싣는다.

 

“덜컹!”

일본 도쿄의 공항에서 후쿠시마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한 달 전 지진으로 고속도로에 금이 간 것이다. 대지진의 흔적은 200~300m마다 한 번씩 크고 작은 충격을 전했다.

한·일 시민조사단이 처음 방문한 곳은 이와키시였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0~50㎞ 사이에 자리잡은 곳으로 지진과 해일 피해에 더해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사고 직후인 지난달 15~16일에 주민 34만명 대부분이 떠나 ‘유령도시’가 되었다. 4주째가 되면서 피난민들이 조금씩 복귀했지만 아직도 3분의 1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와키 시의회에서 20년 이상 ‘탈원전’을 강조한 사토 가즈요시 의원은 “정부가 일반 시민들의 피폭 한도를 20배나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민들의 방사능 피폭 누적량이 높아가자 일본 정부가 방사능 피폭 허용한도를 연간 1밀리시버트(mSv)에서 20밀리시버트로 대폭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피폭허용량을 높여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단다. 이미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 투입된 원전 노동자의 피폭 한도를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2.5배 높인 바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 방사능 노출 기준인 것이다. 안전하다고만 하는 정부를 믿기 어려워 도쿄에서 의학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는데, 4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단다. 그가 말을 이었다. “후쿠시마는 매우 보수적인 지역입니다. 방사능 공포가 계속되자 시민들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시민조사단은 4월13일부터 5일간 원전 사고 지역 일대를 다니며 방사능을 측정했다. 사고 원전에서 30㎞ 밖인데도 토양 부근의 대기 중 방사능 농도가 시간당 99마이크로시버트(μSv)를 넘는 곳이 있었다. 연간 피폭한계치 1밀리시버트를 시간당으로 환산한 0.11마이크로시버트의 1000배 가까운 고농도다. 사람 키 높이 정도 위치에서 측정한 대기 중 방사능 농도도 54마이크로시버트였다. 또 60㎞ 이상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대기 측정에서도 3.65마이크로시버트의 농도를 보였다.

후쿠시마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산인 하나미야마엔 벚꽃 등 봄꽃이 만발했다. 주말인 14일 오전 많은 시민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길가 대기 중 농도는 4.13마이크로시버트로 연간 허용치의 40배 정도를 나타냈다.

이런 조사 내용은 사고 원전에서 30㎞ 이내만이 아니라 후쿠시마현 전역이 높은 농도의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고 원전에서 방사능이 계속 누출되고 있고, 원전 폭발 초기 고농도의 방사능 낙진이 토양을 오염시켜 땅에서도 방사선이 뿜어져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16일 오후 후쿠시마 시내의 한 시민단체 회의실에 20여명의 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시민들의 누적 방사선량을 조사하지 않고 있고 반경 30㎞ 외부의 오염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조사단은 후쿠시마시와 고리야마시의 피난민 대피소 2곳을 둘러봤다. 원전 피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힘을 내서 이겨 보겠는데 원전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도쿄 등 일본 전역에서 지진과 해일 피해를 돕기 위한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방사능 피난민들은 무기력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진해일 피해 현장은 조금씩 치워지고 정부의 복구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원전 피해 지역은 출입 통제가 강화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닷새간의 후쿠시마현 현지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엿새째인 18일 오후 도쿄 시내에 있는 도쿄전력 본사를 방문해 요구서한을 건넸다. 조사단이 현지에서 파악한 문제점과 피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공해병의 대명사 미나마타병과 ‘제2의 체르노빌’ 후쿠시마. 가장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이룬 지구촌 경제대국 일본에 붙여진 어두운 이름들이다.

후쿠시마현/글·사진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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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최 신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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