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댄스

절대음치, '카수와' 되다

지와이원 2012. 2. 11. 15:11

Y씨는 중학시절 음악시간에 입은 상처를 평생 지울 수가 없다.

노래를 상당히 좋아했던 그는 음악시간에 나름대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선생님이 갑자기 그의 노래를 중단시키더니 이렇게 말했다. 

“항상 노래를 이상하게 부르는 애가 하나 있다 싶었더니 바로 너였구나.

너는 앞으로 사람들 많은 데서 절대 노래 부르지 마라.”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수업이 끝난 후 그는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쏟았다.

그 후 그는 음악 실기시험 때조차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사회생활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하는 자리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음치로 사는 것, 이보다 더 곤혹스러운 일이 있을까.

독일의 시사지 포쿠스는 “한국인들에게 음치는 탈모나

발기부전과 다름없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탈모나 발기부전인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한사코 내보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음치인 사람들도 자신이 음치임을 결코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직장 풍토는 어떤가.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업무의 연장으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는 ‘술상무’대신 ‘노래상무’를 두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모임의 종류와 성격을 막론하고 음주가무가 빠지지 않는

국민 정서 탓에 이래저래 음치들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음치로 사는 것 

음치는 음을 받아들이는 감각이 무디거나,

귀를 통해 들어온 음을 정확히 재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전 국민의 10%가 스스로를 음치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지만

음치클리닉을 운영하는 음치치료사들은 하나같이 음치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감만 가지면 언제든 치유 가능한 ‘상상음치’라는 것. 

노래를 못하는 이유는 음감 부족이나 성대 기능의 이상,

심적 불안 때문인데 성대 기능의 이상을 제외하면 후천적인 요인이 강하다.

대개 환경적으로 음악을 가까이 하지 않아 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어린 시절

노래를 부르다 실수한 경험으로 인해 노래 부르기를 꺼려하는 경우에 음치가 되기 쉽다.

특히 노래에 얽힌 실패 경험은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뇌간 깊숙이 저장되기 때문에,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으로 인해 아예 노래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음치들에게 위안이 될 말을 하자면,

어느 한 방면에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노래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페라 가수가 반드시 대중가요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요,

트로트 가수가 뮤지컬 하기는 정말 힘들다.

게다가 한국의 대중가수 중에는 시원찮은 노래 실력을 가진 사람도 상당수다.

단지 우리가 그들보다 부족한 것은 연습량이 적다는 것.

심지어 음악성이 뛰어난 마이클 잭슨이나 마이클 볼튼,

셀린 디온 같은 이들도 음악교사를 옆에 두고 부단히 노래 연습을 한다.

그러니 소위 음치라 해도 자신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곡만

마스터해 두면 더 이상 노래방에서 좌불안석으로 마음을 졸일 일이 없겠다. 

노래하는 것도 기술

실제로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80~90%는 음치가

아니라 단지 연습 부족으로 노래가 서툰 경우에 해당한다.

고로, 팔굽혀펴기를 매일 하면 근육이 단련되는 것처럼

노래 부르는 것도 훈련으로 개발될 수 있는 기술이다.

자주 듣고 따라 부르는 가운데 음악에 대한 감각도 단련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음치 탈출을 위한 단련법을 소개한다.  

1. 음감 깨우기-음악을 많이 들어라

첫 번째 단계는 음악에 노출되어 음감을 키우는 것이다.

요즘은 음악의 홍수 속에 산다고 하지만 그냥 틀어놓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귀를 열어 놓고 집중해서 듣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날 때마다 3분의 시간을 투자하라.

한 곡을 듣더라도 집중해서 듣는 연습을 하자.

2. 선택하기- 자신에게 맞은 노래를 골라라

자신의 목소리 톤과 비슷해서 따라부르기에 부담없는 노래 한 곡을 고른다.

이왕이면 부를 때 흥이 나는 노래가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으면서 노래의 흐름을 느끼고, 입으로 읊조린다.

되도록 가수의 목소리를 똑같이 모방하려고 노력하면서 따라 부른다.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은 집중적으로 반복하자. 

3. 유연화하기- 몸에서 힘을 빼라 

고음을 낼 때 핏발이 서는 것은 목에 힘이 들어갔다는 증거.

자신이 음치라고 믿는 사람들은 노래를 부를 때 긴장한 나머지 몸 전체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다.

몸에서 필요 없는 힘을 빼고 뱃심으로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를 밀어내는 것이 소리를 잘 내는 요령.

필요 없는 힘을 빼기 위해 뛰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바라보기-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라

자기 목소리와 친숙해지려면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녹음된 소리가  낯설게 들리지만 그 소리가 다른 사람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이니 자주 녹음해서 자신의 목소리에 익숙해지자.

참고로 양동이를 뒤집어쓰거나 욕실처럼 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자기 목소리가 더욱 잘 들려서 노래 연습하기에 좋다. 

5. 업그레이드 하기- 즐기면서 불러라

자, 자신 있게 노래 한 곡의 음정과 박자를 마스터했다면 이제 즐겁게 부르는 일만 남았다.

노래 부르는 사람 스스로 지루해 하면 그 노래는 1백% 실패하게 되어 있다.

음치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자기 자신이 흥에 겨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해 감정을 살리면서 불러라.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음치에서 탈출하는 특효약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성공체험에서 나온다.

작은 것이라도 성공하는 경험을 자주 하면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그러니 어렸을 때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성공체험을

가능한 한 자주 하는 것이 음치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마시라.

자신감이 꼭 노래실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

음치가수 이재수를 보라. 노래방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이 땅에서,

공식 음치 판정을 받았다는 그가 음정 박자 모두 무시하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그것이 개성이 되는 세상 아닌가. 틀려도 상관없다.

모든 노래를 자기 스타일로 창조해서 부르는 능력이야말로 음치들의 특권 아니겠나. 

글│전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