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스크랩] 제발, 세가지 수명이 똑 같았으면!

지와이원 2012. 6. 12. 13:08

요즈음, 지인이나 후배의 부모님 문상을 하고, 상주에게 위로의 말을 할 때

고인의 연령에 따라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나이가 그 정도이면 오래 사셨다고 생각되어 자식으로서는 안타깝지만

호상이니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상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상주의 얼굴은 굳어지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아,

아차 실수했구나 싶어 어찌나 민망스러워했던 경우가 간혹 있다.

 

호상(好喪)이란 살 만큼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말로 천수를 누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요즈음 문상을 갈 때, 80대 초반까지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말하고,

80대 중반이면 좀 더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고, 80대 후반 이상이면

호상이니 너무 슬퍼 마세요라고, 맞는지 안 맞는지 몰라도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놓고 상주에게 위로의 말을 한다.

 

이렇듯 문상시의 위로의 말이 달라지게 됨은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결과다.

이미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시대의 인간)란 말까지 생겨난 걸 보면,

이제 곧 90대에 돌아가셔도 호상이란 말을 함부로 하기 힘들게 됐다.

 

통상 평균수명이라고 부르는 기대수명은,

당해 년도에 태어난 아이가 평균적으로 살 수 있는 연령을 뜻하는데,

2010년도의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0.8세이며

남성 77.2, 여성 84.1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7세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만해도 62세밖에 되지 안 했는데 10년마다 5세씩 늘어나

불과 40사이에 기대수명은 20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이 되면 평균수명 90세 시대가 꿈이 아니라 현실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에는 물리적 수명만이 있는 게 아니고,

사람답게 사는 것을 중시 여기는 풍조에 힘입어,

요즘 등장한 개념이 건강수명경제수명이다.

즉 사람의 삶이 그냥 육신만으로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수명을 의학적으로 숨을 쉬는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건강수명은,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 건강한 나이를 말한다.

즉 암이나 반신불수, 치매 같은 중증만성질환 또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 없이

과연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수명은 71.3세다.

이 나이까지는 평균적으로 큰 병치레 없이 살다가

그 이후부터는 평균적으로 만성질환이나 장애로 고생하며 산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수명인 경제수명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돈이 바닥나는 시점을 말한다.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경제수명은 대략 75세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가 지나면 평생 아껴서 부족하지만 모아둔 돈마저도 다 써버려,

결국 자식이나 친지의 도움 없이는 생계가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현대인들은 평균수명 80, 건강수명 71, 경제수명 75세로,

보편적으로 80세까지는 살지만 71세 이후 9년간은 병들어 아픈 노년을 보내야 하고,

75세 이후 5년간은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궁색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오래 산다는 기쁨도 잠시,

노년의 건강상태와 재정상태를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앞으로 호모 헌드레드(100세 시대의 인간)시대엔,

기대수명뿐만 아니라 건강수명, 경제수명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분명 장수는 축복이지만 병고에 시달린 장수, 가난에 찌든 장수는

그야말로 본인이거나 가족들에게 재앙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이하 세대는

자신들의 준비와 노력에 따라 건강수명과 경제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세대는 불가능하지만 나의 기대, 건강, 경제수명이

제발 똑같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다.

출처 : 향기좋은우리카페
글쓴이 : 은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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