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말

[스크랩] "귀천(歸天)"

지와이원 2011. 6. 15. 16:05


       나는, 오래전부터 시간이 나면 인사동을 거닐면서,
이 골목 저 골목,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고,
또한 그림도 소품도 보며, 맛있는 떡과 밥도 사먹고 차도 마시는데,
그 가운데서도 이름이 꽤 알려진, 전통찻집인 "귀천"을 자주 찾는다.

 

      몇개월 전, 찌푸린 어느날 오후,
도망치듯 자취를 감추려는 계절의  끝자락을 붙잡아 당기면서,
오랜만에 인사동을 찾았다.

       그날도,
천상병시인의 미망인 목순옥씨가 꾸리고 있는 그 찻집 "귀천"에 들려 보았더니

얼마 전에 미망인도 남편을 따라 하늘로 갔다 한다, 

곧 찻집 문을 닫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월의 강과 하늘이 맞닫는 곳으로 흘러가는 인생사의 무상함을  

착잡한 심경으로 되내이면서, 아무 말없이 따뜻한  설록차를 마시며,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했던 천상병시인의 숨결을 느끼며,
꽂쳐있는 시집도 잠시나마 뒤적거려 읽어 보고,
특히 벽에 걸려있는 그의 대표적 시(詩) "귀천(歸天)"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다.

       그 시인의 일생은 가난과 고통으로 물던 삶이 었다.
그런데도 그의 낱낱의 시(詩)들이 하나같이 때로는 분명하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선언한다.
그의 시(詩)는 자신이 받은 복을 귀히 녀기며 그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깨닫고
삶의 참맛을 음미하면서, 어두운 그림자같은 것은 쫓을 염(念)도 내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인생의 맑고 아름다운 노래들이다.

       그의 시(詩)를 보면,
자신의 주위 세상에 대해 사사(私事)롭게 보고 느낀것을 적은, 서정시가 주류를

이룬다. 그가 깊은 친화력을 느꼈던 주위환경은 단연 자연세계이다.
또한 작품세계의 원천이 되고 있는 현실인식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섬세하고 때로는 거의 신비적이다.

       그래서 나는,
세월의 무게와 삶의 질곡을 무겁게 느낄때나
인간관계와 세파(世波) 먼지에 코가 막힐때는 자주 이곳을 찾아,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아내나 친구 더불어,
침묵속에서 그 시인의 때 묻지 않은 행복한 마음과
맑디 맑은 시심(詩心)의 경지에 빠져 들어가 보았다.

심산유곡의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청량한 공기를 가슴에 담는 기분으로,
영역(英譯)된 최신 시집 한권과 "귀천(歸天)" 詩가 새겨진 보자기를

하나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 귀천(歸天)-----               -----Back to Heaven----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Hand in hand with the dew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짖하며는,     at a sign from a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s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I will go back to heaven again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I w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출처 : 향기좋은우리카페
글쓴이 : 은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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