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관련

[스크랩] ▶사자와 호랑이* ( 서울대공원 동물들의 몸값 )

지와이원 2013. 12. 16. 13:41

                  

             사자와 호랑이

 

세월이 흘러도 백수의 왕은 역시 사자다.

헝클어진 갈기와 정리되지 않은 스타일을

늘 추구하는 야성미 넘치는 사자.

그 표정엔 무언간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듯 하다.

반쯤 풀린듯한 눈은

언제나 졸음을 견디기 어려워하는듯 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얼굴엔 주름만 더욱 많이 생겨

스스로 왕이라 칭하지만 누구하나 인정해주지 않는듯한 느낌...

그러나

나는 여전히 사자다.

모든 동물들이 우러러 보는 백수의 왕인 사자.

모두들 라이온 킹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수풀 가운데 앉아

잠시 느긋하게 바람을 느낄때면 바람은 내게 말을 한다.

왕이여 만세수를 누리소서~ 

발톱이 무뎌져 솜방망이가 되더라도 그 위용만큼은

결코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이 바로 사자가 아니던가.

 

 하얀 옷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그대의 이름은 백호였더라.

호피무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것은

한겨울에 내린 눈을 맞은 듯 새하얀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때론

고양이처럼 우아하면서 요염하게 앉은 폼이 귀엽기까지 하다.

 

 혹시라도 뒷산에서 마주칠까 두려운 그대.

황토빛 흙속에 은근 슬쩍 자신을 숨겨

그 두려운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그대는

용감하기로 소문난 호랑이로다.

늘 가지런히 정리된 털을 휘날리며

수풀사이로 매서운 눈매를 드러내는 호랑이는

젊음을 대표하는 상징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심오한 표정으로

생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기도 하니..

끄응~ 수풀사이로 남겨진 것은

모락모락 김이나는 사자의 작은 흔적이었다.

이때만큼은 그 위엄있는 표정도 사라지고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니 생리현상은 어쩔수 없나보다.

 

 행여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나...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수풀사이에 끄응~ 하는데

이때 만큼은 모든 밀림이 평화로운 시간인듯 하다.

 

 사자의 포효 소리에 주변이 울렁거린다.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때면 움찔함이 스며드는것은

나도 어쩔수 없는 작은 생명체이기 때문인가보다.

 

 백호의 걸음걸이는 우아하다.

커다란 고양이라고나 할까,

가볍게 사뿐사뿐 걷는것이

그 몸무게를 느낄수 없을것 같기만 하다.

소리없이 다가선다는 말이 느껴지는 것도 이때문인가보다.

 

    사자와 백호가 마주할 때...

    그들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눈빛에 살기를 돋우었다.

    한곳에 두 왕이 설 수 없는 것이 진리라고 하던가...

 

     백호는 아름답다.

     호랑이가 남성미가 넘친다고 한다면

     새하얀 백호는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겨난다.

 

     때론 고양이처럼 귀염성을 발휘하여

     쓰다듬어 보고픈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아하게 잘 빠진 몸매는 사자보다는 호랑이

     그리고 백호에서 볼수 있는 매력중에 하나다.

 

     그러나 가끔 왕의 장난에 고통을 느낄때도 있으니

     백수의 왕은 역시 사자인가 보다.

     왕이여 너그러이 품어주소서

 

            홍콩가버린 암사자

출처 : 향기좋은우리카페
글쓴이 : 地坪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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