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 뇌 fMRI 사진 |
남성에 대해 일반 여성들과 비슷한 성적흥분 느껴
‘여성 성 전환자들의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점 의미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정신적으론 여성인 사람들이 있다. 그 반대인 이들도 있다.
학계에선 이런 경우가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은 약 5만명에 1명으로 보고 있으며,
국내 여성 성 전환자(트랜스젠더)는 1400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성 전환자는 자신의 몸을 반대 성으로 바꾸기를 간절히 원하며,
동성에게 성적 취향을 갖는 동성애자와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진짜 여성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남성 상징을 제거하고
고통스런 수술을 통해 여성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들이다.
가수 하리수씨가 대표적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여성 성전환자’의 성 정체성은 어떨까?
3일 오석균(48·미국 워싱턴주립대병원 자기공명영상연구소 방문연구원) 박사의
논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을 이용한 여성 성 전환자의 시각적 성적 흥분에
의한 대뇌 활성화 연구’를 보면, 이들 성 전환자는 남성에 대해
일반 여성들과 비슷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논문은 <대한영상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Radiology·KJR)> 5/6월호에 실렸다.
2004년 전남대 의대 의공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입학했던
오 박사는 2006~2007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25~47살의 오른손잡이 9명
(평균 39.7살)에게 남녀 누드 사진을 1분30초씩 보여주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측정한 뒤 이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남성 누드 사진을 볼 때 평균 활성화율(대뇌가 성적으로 흥분이 되는 정도)는
35.67%로, 여성 누드에 대한 평균 활성화율 17.41%보다 높았다.
오 박사는 “남성 누드 사진에 대해서는 성 흥분과 관련된
뇌의 12개 관심 영역 중 10군데 부위에서 강한 반응이 나왔으나,
여성 누드 사진에 대해서는 2군데에서만 약한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혈액에서 성 호르몬을 측정한 결과,
여성 성 전환자의 테스토스테론(남성의 대표적 성 호르몬) 측정값은
0.16±0.14pg/㎖(밀리리터당 1조분의 1g)로 같은 연령대 남성의 평균 2.7~8.8pg/㎖
과는 차이를 보인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의 평균 0.06~2.5pg/㎖ 범위에 들었다.
에스트라디올(여성의 대표적 성 호르몬)의 평균 수치는
16.78±8.09pg/㎖로 폐경기 여성의 정상 범위로 나타났다.
오 박사는 “이런 결과는 비록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 호르몬보다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여성화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 연구용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여성 성 전환자들의 정체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 박사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성 전환 수술 전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으로 성 정체성 여부를 판정한다면 성 전환 수술 뒤에
후회하게 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 정체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 전환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비싼 수술비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성 전환 수술을 받기 전에는 이름, 성별을 바꾸기도 어렵다.
통합진보당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지난 4월30일 이들을 비롯한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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