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벙

머릿속서 '원치 않는 집착' 떠나지 않아

지와이원 2012. 8. 22. 16:52

 

어떤 질환인가
불안감에 특정 행동 반복 대부분 성격 탓이라 여겨 발병 10년 후에야 병원 찾아

강박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 중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는 비율이 가장 낮은 것 중의 하나다.

'성격 탓'이라고 착각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제민 교수는 "강박증 환자는

병이 생기고 병원에 올 때까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박증과 강박적인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강박증은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반면,

강박적인 성격은 완벽주의 성향을 일컬을 뿐 치료 대상이 아니다.

원치 않는 집착 못 벗어나

강박증의 특징은 '원치 않는 생각'을 계속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죽일 것 같은 생각

▷몸이 더러워지거나 병균에 감염될 것 같은 걱정

▷물건이 제자리에 정확하게 놓여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걱정

▷외설스럽고 성적인 생각 등이 대표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주 교수는 "과거에는

이런 생각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8회 이상 할 때 강박증으로 진단했지만,

최근에는 생각의 양보다 직장 업무·가사 등 일상 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원치 않는 생각'은 불안·초조·긴장감을 불러오는데,

환자는 이를 해소하려고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

 

▷청결(반복해서 씻기)

▷확인(가스 불이나 문 잠금 계속 확인하기)

▷정리(물건 제자리에 두기)

▷수집·저장(과도한 쇼핑과 물건 모아두기) 등이 대표적이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거나 단어를 반복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강박사고도 있다.

김세주 교수는 "강박행동은 은밀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행동 없이 생각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어 주변 사람이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독·망상장애와는 달라

강박증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중독과 비슷해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러나 중독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쾌락을 느끼는 반면, 강박증은 즐겁지 않다.

강박증은 원치 않는 생각으로 인한 불안이나 불편함을 잠시 해소하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한다.

예컨대, 쇼핑 중독자는 쇼핑을 하면 즐겁고, 물건을 실제로 쓰기 위해서 산다.

반면 강박증 환자는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 대비용으로 같은 물건을 여러 개 구입하며,

물건을 쓰지 않고 쌓아놓기만 한다.

강박증은 망상장애와도 다르다.

강박증 환자는 자신이 말도 안 되고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이성적으로 느끼지만,

망상장애자는 자신이 하는 망상이 정상적이고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뇌 전두엽 이상이 원인

강박증은 뇌의 이상이 발병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대뇌 전두엽의 안와피질(눈 바로 위쪽에 있는 부분)은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통제한다.

이 부분이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지나친 걱정과 불안, 초조함 등이 나타난다.

또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대뇌의 미상핵(대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다 의식하게 되고,

그 결과 원하지 않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대뇌 앞쪽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걱정과 이를 걸러내는

일을 하는 미상핵의 기능 이상이 동시에 생겨 강박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으나, 스트레스도 한 요인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강박증의 소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왕따를

당하거나 가족이 사망하는 등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강박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2.08.22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