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벙

'별난 성격 탓' 아니라 뇌 회로 이상

지와이원 2012. 8. 22. 16:54

 

한국인 30명 중 1명 강박증

직장인 김모(38)씨는 언젠가부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한다.

뺑소니 사고나 살인 사건이 나면 혹시 자신이 저지른 일은 아닌지 신문을 찾아 읽고,

사고가 났다는 장소를 찾아 간다.

이처럼 본인도 원치 않는 생각과 두려움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강박증 때문에,

김씨는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강박증은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뇌의 특정 부위 이상으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조기 치료 환자의 30~40%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김씨와 같은 강박증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앓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강박증클리닉)는

"강박증은 정신과 질환 중 공포증, 약물관련 질환, 우울증에 이어 네번째로

 흔한 병"이라며 "한국인의 2~3%는 평생 한 번은 이 질환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다 30명 중 한 명 꼴로 경험하는 셈이다.

강박증은 어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끊임없이 생각이 나고

(강박사고), 불안해서 특정 행동(강박행동)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예를 들면, 문을 잠궜는데도 걱정이 돼서 계속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나 행동이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면 강박증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주 교수는 "강박증은 수시로 손을 씻는 것,

정리정돈을 안하면 불안해지는 것처럼 일반인들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성격의 문제로 넘기기 쉽다"며

"그러나 평생 원치 않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강박증은 뇌의 특정 부위의 이상 때문에 생긴다.

김세주 교수는 "한국사회의 '빨리빨리' 문화 등 강박적인 분위기가 강박증을 일으킨다고 오해하는데,

강박증은 정신질환 중 뇌의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증거가 가장 확실한 질환이다"고 말했다.

강박증은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노출시킨 뒤 강박행동을 못 하도록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 강박증

환자에게 부족한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약물 요법 등을 초기에 실시하면 30~40% 정도는 완치된다.

2012.08.22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